[편집자주] 국립대전현충원 내 구암사 나눔의 집 나마스테에서는 방문객 등을 대상으로 무료 국수를 제공하고 있다. 본지는 한 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직접 살펴보기 위해 봉사에 참여했다. 기자도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 마련부터 마무리까지 함께했다.
[대전시민뉴스 정혜현 기자] 지난 8월 29일 나눔의 집 주방. 이날 기자가 가장 먼저 잡은 것은 취재수첩이 아니라 칼이었다.
물에 불린 버섯과 다시마를 먹기 좋은 크기로 채 썰었다. 국수에 올릴 고명이었다. 이날 준비한 음식은 빵과 과일을 포함해 모두 300인분이었다.

▲사진설명=봉사자들이 함께 제공할 빵을 나눠 담고 있다.
분주해진 주방
대전광역시여성협의회 소속 7개 단체 관계자와 온기회 청년봉사단 등 20여 명이 이날 힘을 보탰다.
조리대에서는 고명을 다듬었고 한쪽에서는 그릇과 조리도구를 씻었다. 기자도 맡은 재료를 썬 뒤 곧 설거지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는 준비해야 할 양이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 막상 일을 시작하자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일을 맡으면서 빠르게 진도가 나갔다.
주요 재료를 다듬은 뒤에는 잠시 식사를 했다. 이어 빵을 한 명씩 받아갈 수 있도록 나눠 담고 포도와 복숭아 등 과일도 챙겼다. 먼저 일을 마친 이들은 손이 필요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며 배식 채비를 이어갔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는 행사에 참여한 단체 관계자뿐 아니라 평소 나눔의 집을 찾아 일을 돕는 시민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70대 시민 봉사자는 이곳에서 활동한 지 4년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 현재도 일주일에 3일 정도 찾아오고 있으며 이날도 음식 준비와 국수 삶기 등 필요한 일을 함께하고 있었다.
그는 나눔의 집에 오기 전에도 대전역과 은행동 등 여러 곳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나눔의 집 앞에서 방문객들이 무료 국수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비 내린 현충원
무료 급식을 앞두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궂은 날씨로 마련한 음식이 모두 소진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건물 앞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고 배식구를 따라 줄이 만들어졌다.
현충원을 찾은 방문객을 비롯해 직원, 등산객, 어르신 등 다양한 이들이 식사를 위해 자리를 찾았다.
이번에는 기자도 국수를 건네는 일을 맡았다. 앞서 준비한 고명을 올린 한 그릇이 차례차례 이용객에게 전달됐다.
식사가 이어지면서 주방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오전까지 음식 마련에 사용했던 공간에는 반납된 그릇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계속 음식을 내보냈고 다른 쪽에서는 돌아온 식기를 씻었다.
기자 역시 배식구와 주방을 오가며 손을 보탰다.

▲사진설명=봉사자들이 국수 배식에 사용할 그릇을 정리하고 있다.
마지막은 다시 설거지
배식은 오후 1시30분경 끝났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든 뒤에도 할 일은 남아 있었다. 사용한 그릇과 조리도구를 씻어 제자리에 놓고 주변을 정돈했다. 기자도 남은 설거지를 마친 뒤 오후 2시경 앞치마를 벗었다.
약 5시간 동안 직접 참여하면서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함께 움직이는 분위기가 더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일을 마친 뒤에도 필요한 자리를 찾아 자연스럽게 손을 보태는 모습이 이어졌다.
기자에게는 하루 동안 경험한 무료 급식 현장이었지만 이날 만난 시민 봉사자처럼 이곳을 꾸준히 찾는 이들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이기도 했다.
배식구에서 국수 한 그릇을 건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그 과정에 들어가 보니 음식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식사가 끝난 뒤 정리할 때까지 여러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무료로 건네지는 한 끼 뒤에는 마지막 그릇을 씻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