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민뉴스 정영인 기자] 권력은 직접 돈을 받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법은 돈보다 영향력을 먼저 본다. 우리 사회에서 부패범죄는 과거처럼 공무원이 직접 돈봉투를 받는 형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수사와 재판에서 자주 등장하는 유형은 “내가 직접 청탁한 것은 아니고 아는 사람을 연결해 준 것뿐이며 경찰 친구가 있으니 한 번 얘기는 해보겠다 정도일 뿐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은 아니다”는 형태다. 이러한 사건에서 자주 적용되는 범죄가 바로 형법상 알선수뢰죄(형법 제132조)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죄(특가법 제3조)다. 최근에도 고위공직자,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공공기관 임직원, 각종 인허가 브로커 사건에서 ‘알선’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법무법인 대련 김연수 수원변호사는 “실제 사건에서는 단순한 소개인지, 직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알선인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되고 있으며 수사기관 역시 금품의 흐름보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영향력 행사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피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뇌물범죄는 돈을 받은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 역시 형사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선수뢰죄와 알선수재죄는 무엇이 다른가?]
실무에서는 두 죄명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법적 구조는 다르다. 형법 제132조의 알선수뢰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을 알선하고 금품이나 이익을 받는 경우를 처벌한다. 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의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즉, 공무원이 영향력을 행사하며 돈을 받으면 알선수뢰죄, 일반인이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고 하며 돈을 받으면 알선수재죄가 문제될 수 있다. 실무에서는 후자인 알선수재죄가 훨씬 폭넓게 적용된다. 김연수 변호사(법무법인 대련 수원지사)는 “만약 공무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광고하거나 자신의 인맥이나 직위를 이용해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거나 그 대가로 금품이나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면 실질적인 알선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라고 하며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닌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와 대가관계임을 중시하였다.
실제로 법원은 오래전부터 뇌물죄에서 말하는 직무를 매우 넓게 해석하고 있다. 직무란 단순히 법령상 권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처리하는 업무, 결정권자를 보좌하는 업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까지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공개된 장소에서 금품을 받았거나 개인이 아닌 직원 회식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직무 관련 대가성이 인정되면 뇌물성은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관련자료=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도865 판결.]
이 판례는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위법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브로커가 아닌 친한 사람, 잘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
퇴직 공무원, 전직 기관장, 정치권 인맥, 협회 관계자, 지역 유지, 기업 고문 등이 관련 사건에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이 “한 번 이야기는 해보겠다”, “담당자랑 초등학교 때부터 동창이었어서 잘 안다.”는 말로 신뢰를 얻고 그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면 알선수재죄가 문제될 수 있다. 형사책임은 직함보다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거래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다면 피의자 조사에서는 어떤 부분이 중요할까? 수사기관은 일반적으로 다음 사항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금품을 받은 시점 ▲누구의 직무와 관련된 것인지 ▲청탁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실제 공무원에게 연락했는지 ▲영향력을 행사할 의사가 있었는지 ▲금품이 성공보수인지 사례금인지 ▲실제 결과가 있었는지 등이다. 많은 피의자들은 청탁에 따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김연수 변호사는 “알선수재죄는 실제 청탁이 성공했는지가 아니라 알선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는지가 핵심입니다.”라고 하면서 억울한 부분으로 수사를 받게 되었다면 직무 관련성과 금품의 성격, 계약관계, 자유로운 의사 관계 등 금품과 직무가 연결되지 않았다는 부분을 객관적으로 수사 초기 단계부터 입증해야 함을 설파하였다.
끝으로 법무법인 대련 대표 김범식 변호사는 “알선 관련 범죄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인맥 소개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사에서는 금품이 오간 경위와 직무 관련성, 그리고 영향력 행사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청탁한 적이 없다'는 주장만 반복하기보다 금품의 법적 성격, 업무 범위, 계약관계, 실제 수행한 역할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공직사회와 기업 역시 인맥을 활용한 편의 제공이 관행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영향력이 거래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형사법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법원이 살피는 것은 직무 관련성, 대가성, 그리고 실질적인 알선행위의 존재다. 그 경계는 생각보다 좁고, 한 번 넘어서면 형사처벌의 위험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과거의 뇌물은 돈봉투였지만 오늘날의 뇌물은 인맥과 영향력 그리고 보이지 않는 약속으로 바뀌고 있다. 공직사회와 기업, 그리고 일반 시민 모두가 기억해야 할 점은 하나다. 신뢰는 사회를 움직이는 자산이지만, 영향력을 돈과 맞바꾸는 순간 그 신뢰는 법이 심판하는 대상이 된다.
※ 본 사례는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의 권리 보장과 절차적 공정성 확보를 위한 변호인의 직무 수행으로 법무법인 대련은 사건의 본질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 칼럼 자문. 김연수 변호사(법무법인 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