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교사 모집, 재택근무 가능.", "경력 무관.", "업무폰 개통, 외국 기업이라 통장과 OTP는 필수?…."
[대전시민뉴스 정영인 기자] 처음에는 정상적인 채용 절차처럼 보인다. 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신분증 사본과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하고 본인 인증을 이유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하거나 유심(USIM)을 전달하거나 통장이나 접근매체를 요구하는 순간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당사자는 취업을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수사기관은 학습지 교사로 지원했던 자신에게 왜 범죄조직에 가담하여 유심을 개통해주고 명의를 빌려주었냐고 피의자 조사로 입건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명의도용, 개인정보 유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단체 활동 지원 혐의까지 연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취업이 어려운 시대이니 만큼 조금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면접을 보고, 이력서를 제출하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평범한 일상이 조직범죄의 출발점이 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범죄는 더 이상 어두운 골목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채용 플랫폼과 개인정보에서 시작된다.
실제로 최근 2026년 1월 교육업계에도 큰 충격을 준 사건이 발생했다. 구몬학습과 빨간펜 등을 운영하는 교원그룹이 랜섬웨어로 추정되는 사이버 침해를 받아 내부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고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됐다. 교육사업뿐 아니라 여행, 상조, 렌털 등 여러 계열사가 영향을 받았으며 학습지 회원 약 890만 명과 미성년자 정보 유출 가능성까지 우려가 제기됐다. 교원그룹은 사고 직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관계기관에 신고하고 시스템 복구와 보안 점검에 착수했으며 당시에는 개인정보 유출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기업의 보안사고에 그치지 않았다. 교육서비스는 학생과 학부모의 이름, 주소, 연락처, 생년월일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보유한다. 이러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범죄조직의 손에 들어갈 경우 보이스피싱, 명의도용, 대포폰 개통, 금융사기 등 다양한 2차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교육 플랫폼뿐 아니라 온라인 교육 서비스 등에서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개인정보가 범죄의 핵심 자산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결국 범죄조직이 노리는 것은 개인정보 자체가 아닌 개인정보를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불법적인 곳에 이용할 것이냐에 대한 범죄 수단이다.
법무법인 대련 김연수 변호사는 “예를 들어 유심이라고 한다면, 유심은 본인확인, 금융인증, 휴대전화 인증, 각종 전자금융서비스의 출발점입니다. 유심 하나가 범죄조직의 출입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명의로 개통된 유심을 확보하거나, 취업 희망자를 속여 유심을 넘겨받고 이를 범죄에 사용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는데 수사기관 역시 유심이 금융정보와 본인인증의 핵심 수단이며 보안이 무너지면 심스와핑(SIM Swapping)과 같은 명의도용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라며 "단순히 부업이었다.”, “외국기업이라고 하길래 급여 받기 위해 폰을 개통하고 통장을 준 것이지 전혀 몰랐다.”라고 주장한다고 하여 경찰조사에서 무혐의가 인정되기는 어려움을 시사하였다. 수사기관은 피해 범위가 클수록 조직범죄의 일부로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실제로 이러한 진술이 모두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고의다. 정말 정상적인 취업으로 믿었는지, 반복적으로 여러 개의 유심을 개통했는지, 신분증과 통장을 함께 넘겼는지, 고액의 수수료를 지급받았는지, 명의를 빌려준 뒤 실제 사용자를 알고 있었는지, 범죄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묵인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같은 유심 개통이라도 법률적 평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학습지 교사라고 한다면 ▲채용공고를 어디에서 보았는가 ▲누구와 연락했는가 ▲면접은 실제로 이루어졌는가 ▲계약서는 작성했는가 ▲유심을 몇 개 개통했는가 ▲휴대전화를 누구에게 전달했는가 ▲신분증 사본을 왜 제출했는가 ▲대가를 얼마 받았으며 실제로 학습지 교사로서 근무를 하였는가 ▲다른 사람도 소개했는가 등 통신기록과 함께 분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억울한 입장으로 경찰조사를 받게 된다면 구성요건과 고의 여부를 수사기관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분석하고 살펴봐야 한다.
과거의 경제 범죄는 현금을 훔치기 위한 전략과 행위였다면 지금은 개인정보 DB 하나만으로 범죄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이 된 셈이다. 사소한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주소, 가족관계, 금융정보, 학부모 정보, 학생 정보까지 모두 하나의 데이터베이스(DB)가 된다. 이러한 정보는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를 만들고, 명의를 도용하며, 통장을 개설하고, 유심을 개통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정보는 더 이상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범죄의 기반시설이 되었다. 대련 김 변호사는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도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인지한 경우 신속한 통지 의무를 강화하고 CEO와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의 관리·감독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혹여나 자신이 학습지원 기업, 개인정보보호 위탁 관리 개발자, 학습지 교사 등 피의자로 경찰조사를 받게 된다면 감정적인 해명보다 사실관계와 증거를 중심으로 자신의 인식과 행위를 설명하는 것이 방어권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끝으로 법무법인 대련 대표 김범식 변호사는 “최근 개인정보를 이용한 범죄는 단순한 보이스피싱을 넘어 명의도용, 유심 개통, 전자금융사기, 범죄수익 은닉 등으로 연결되는 복합범죄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특히 취업이나 아르바이트를 가장한 모집은 일반인이 범죄에 연루되는 대표적인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는 단순히 유심을 개통했거나 개인정보를 전달했다는 결과만으로 형사책임을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당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범죄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반복성과 경제적 이익이 있었는지 등을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반대로 피의자 역시 '몰랐다'는 주장에만 의존하기보다 채용 과정, 연락 내역, 계약 자료, 송금 내역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자신의 인식과 경위를 설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설파하였다.
※ 본 사례는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의 권리 보장과 절차적 공정성 확보를 위한 변호인의 직무 수행으로 법무법인 대련은 사건의 본질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 칼럼 자문. 김연수 변호사(법무법인 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