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전시민뉴스 정영인 기자] 음주운전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600만원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검찰의 상고 없이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음주 사실과 운전 사실이 인정되는 상황에서도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법정 처벌기준을 초과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된 사례다.

법무법인 대련은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의뢰인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지난 10월 1일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의 상고 없이 같은 달 9일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사건은 음주운전 혐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인이나 정상참작에 의존한 결과가 아니라 검사가 제시한 혈중알코올농도 산정 결과만으로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있는지를 다툰 끝에 얻은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술 마시고 운전한 사실은 인정…그런데 왜 무죄였을까?

사건은 2024년 7월 발생했다. A씨는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약 1.5㎞ 구간을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음주량과 음주시각, 이후 측정된 체중 등을 토대로 이른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A씨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약 0.083%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량과 체중, 알코올의 체내 흡수·분해 특성 등을 활용해 과거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계산 방식이다. 운전 직후 호흡측정이나 채혈 등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사건에서 활용될 수 있지만, 계산에 사용되는 전제와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1심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계산 결과와 사건 전후의 정황 등을 토대로 음주운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 벌금 1,600만원이 선고됐다. 그러나 법무법인 대련은 항소심에서 술을 마셨다는 사실과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법정 기준 이상이었다는 사실은 구별해 증명돼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쟁점은 A씨가 술을 마셨느냐가 아닌 검사가 제시한 계산값이 운전 당시의 실제 혈중알코올농도를 형사처벌이 가능할 정도로 확실하게 증명하는지 여부였다.

0.083%라는 계산값, 법원은 왜 받아들이지 않았나?

항소심 재판부는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토대로 증거관계를 다시 검토했다. 특히 재판부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려면 섭취한 알코올의 양과 음주시각, 체중 등 계산에 필요한 기초사실이 엄격하게 증명돼야 하며, 알코올 흡수율과 분해율 등 개인별 편차가 존재하는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A씨가 식당에서 술을 마신 사실과 운전한 사실은 인정됐다. 그러나 운전 시점은 음주를 시작한 때로부터 약 2시간 30분이 지난 뒤였고, 검찰이 산정에 활용한 체중 역시 사건 발생 당시가 아닌 약 3개월 후 측정된 수치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위드마크 공식에 적용할 수 있는 변수들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운전 당시 추정 혈중알코올농도는 약 0.008282%로 계산된 것이다. 이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처벌기준인 0.03%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물론, 0.008282%라는 수치가 A씨의 실제 혈중알코올농도로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판부는 위드마크 공식에 적용되는 변수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항소심은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단순히 혈중알코올농도의 수치를 다시 계산한 결과를 넘어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며 불확실한 추정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한 판단이다.

“음주운전 무죄는 불가능하다?”…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추정이 아닌 입증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높아지고 있다. 반복적인 음주운전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피해에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 역시 분명하다. 그러나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기준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도로교통법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음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술을 마신 사실이나 운전 사실뿐 아니라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법정 기준 이상이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특히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직접 측정하지 못해 사후적인 계산에 의존하는 사건에서는 음주량, 음주시각, 음주 후 경과시간, 체중, 알코올의 흡수와 분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등이 중요한 쟁점으로 작용한다. 위드마크 공식은 수사와 재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추정 방법이지만 계산식 자체가 유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입력값이 불확실하다면 계산 결과 역시 불확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1심은 검찰이 제시한 혈중알코올농도 산정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항소심은 계산의 전제가 되는 사실과 변수의 불확실성을 다시 살펴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같은 사건, 같은 음주 사실을 두고도 법률적 판단이 달라진 이유는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아니라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증거의 충분성에 있었다.

▲영상=법무법인 대련 김범식 대표 변호사 유튜브.


항소심에서 증거의 한계 다퉈…벌금 1,600만원에서 무죄 확정

법무법인 대련은 이번 항소심에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의 입증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삼았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 측정된 체중을 그대로 과거 시점에 적용할 수 있는지, 음주 종료 후 운전까지의 시간적 간격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위드마크 공식의 여러 변수 중 피고인에게 불리한 수치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상고 없이 판결이 확정되면서 A씨는 해당 음주운전 혐의에 관해 최종적으로 무죄 판단을 받게 됐다. 대련 김범식 대표변호사는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이며,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처벌의 필요성과 범죄사실의 증명은 구별돼야 합니다. 술을 마신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법정 기준을 초과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면 유죄를 선고할 수 없습니다. 이번 판결은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형사재판의 증명원칙에 따라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하며 음주운전 사건에서 무조건적인 혐의 부인이나 처벌 회피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건의 증거와 법률적 요건을 정확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더라도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의 산정 방식과 증거관계에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항소심에서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번 내려진 유죄판결이 언제나 최종적인 결론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1심 법원이 선고한 벌금은 1,600만원이었다. 그러나 항소심은 그 벌금액을 낮추는 대신 유죄 판단 자체를 뒤집었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엄중하게 바라보는 것과 증명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두 원칙을 함께 지키는 것이 형사사법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