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뉴스 정혜현 기자] 대전에서도 해마다 유실·유기동물이 구조되는 가운데 고양이 보호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5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에서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1,425마리로 이 가운데 고양이는 428마리였다. 전국에서는 같은 기간 2만6,969마리가 구조됐다.
유기묘는 구조 이후에도 치료와 돌봄이 필요하며 노령이나 질환 등으로 입양이 어려우면 보호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약 60마리를 돌보고 있는 사단법인 냥블리네보호협회 센터장을 만나 현장에서 겪는 현실과 유기·파양의 원인, 민간 영역의 어려움, 지자체와 민간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A. 대전에서 버려지거나 학대받고 아픈 고양이들을 구조해왔습니다. 함께 지내는 개체 대부분은 나이가 많거나 질환이 있습니다. 지금은 신규 구조를 중단하고 기존 보호묘를 돌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데려오는 데 그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Q. 처음 이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우연히 길을 잃은 어린 강아지를 만나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찾지 못해 가족으로 살게 됐습니다. 6년 정도 지낸 뒤 병으로 갑자기 떠났고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약 2년 뒤 아버지가 시장에서 어린 고양이를 데려왔습니다. 당시 관련 지식이 없어 하나씩 공부하며 키웠고 그렇게 새로운 식구가 됐습니다. 그때부터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길 위의 생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어미가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보고 집 주변에서 먹이를 챙겼지만 이후 어미는 사라지고 새끼들만 남았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아픈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졌고 지금까지 돌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구조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원룸에 고양이들만 버려졌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내부에는 발목 위까지 쓰레기와 오물이 쌓여 있었고 여러 마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서랍이나 쓰레기 사이에서는 사체도 발견됐습니다. 직접 데려와 격리한 뒤 일부는 입양을 보냈고 사람을 심하게 경계하는 개체는 계속 돌보게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밥을 챙겨주던 길고양이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날 한쪽 눈 주변에서 피가 나는 것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는데 얼굴을 큰 동물에게 물려 내부에 고름이 찬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눈은 크게 다치지 않았고 수술 후 회복해 지금도 돌보고 있습니다.
Q. 시민들이 잘 모르는 유기묘 보호 현장의 현실은 무엇인가요?
A. 구조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치료가 필요하거나 장기간 돌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노령묘나 중증 질환이 있으면 새 가족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병원비와 사료, 모래 등 기본적인 지출도 꾸준히 발생해 민간에서는 비용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도 많습니다.
Q. 현장에서 보는 유기묘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요?
A. 충동적인 입양과 책임감 없는 파양이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중성화가 이뤄지지 않아 새끼가 계속 태어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맞이하기 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충분히 고민해야 합니다. 쉽게 선택하고 포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평생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Q. 길고양이와 유기묘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길고양이는 야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반면 유기묘는 사람과 생활하다 버려진 고양이를 말합니다. 물론 모두가 사람을 잘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람에게 익숙했던 개체 중에는 스스로 먹이를 구하거나 위험을 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다른 고양이에게 공격받거나 주변에 먹이터가 있어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Q. 사단법인 승인 이후 지자체와 민간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사단법인이 되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도 정책에 반영됐으면 합니다. 치료와 임시보호, 입양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행정과 민간이 역할을 나누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개인에게 집중되는 어려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Q. 어려움 속에서도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동물들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편이 돼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순간도 있지만 아팠던 고양이가 건강을 되찾고 편안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저 역시 이들에게 위로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인터뷰 기반으로 구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