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전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본지는 지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활동하는 청년들의 삶과 생각을 기록하는 ‘청년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취재하고 있다


[대전시민뉴스 정혜현 기자] 시리즈의 두 번째 주인공은 고립·은둔 청년 지원단체 ‘시내’를 운영하는 김왕규 대표다. 김 대표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집단상담과 공예 활동, 놀이공원 방문, 캠핑 등 일상에서 사람들과 다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침례신학대학교에서 상담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가까운 지인이 고립된 생활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과 함께 단체를 꾸려 활동에 나섰으며 장기적으로는 보다 책임 있게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은 처한 상황과 필요한 지원도 저마다 다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 모형 개발 연구」에서도 사회적 관계와 외출 정도, 생활 양상 등을 고려해 지원 대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보고서에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 대상 판단을 위한 참고자료’도 별도로 수록돼 있다.

본지는 김 대표에게 활동을 시작한 계기와 현장에서 마주한 고민과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변화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Q. 은둔·고립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가까운 지인이 그런 상황에 있어서 이쪽을 지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제가 상담학과를 다니고 있고 주변에도 상담 쪽에 계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같이 활동하는 부대표님도 은둔 생활을 2년 정도 겪으셨어요. 그 시절이 힘들었고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함께 도와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시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A. 대외적으로는 청년들에게 흘러가는 시내, 시냇물이 되자는 의미가 있어요. 또 어렸을 때 대전에서 ‘시내’ 하면 은행동이잖아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시내 가자고 했을 때 좋았던 것처럼 가고 싶었던 것처럼 이들에게도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의미에서 지었습니다.

Q. 단체와 연결되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A. 사람마다 필요한 게 너무 달라요. 어떤 사람에게는 정신건강 분야의 도움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필요해요. 가족 상담이 우선인 경우도 있고요.

저희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기관과 연계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A. 8주 동안 참여자들을 모아 집단상담을 진행한 적도 있고 공예 활동이나 놀이공원, 캠핑 같은 프로그램도 했어요.

저희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당사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합니다. 작년에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는데 한 분이 놀이공원에 가본 적이 없어서 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 같이 가봤습니다.

또 다른 분은 고등학교 이후 고깃집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하셨어요. 친구와 고기를 구워 먹는 건 저한테는 일상이잖아요.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게 특별한 일이고 혼자서는 가지 못하는 공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공기관에서는 고기를 먹으러 가거나 놀러 가는 성격의 활동은 프로그램으로 승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최대한 그런 부분을 해보려고 합니다.

Q. 현장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A. 한번은 처음 프로그램에 오신 분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도중에 돌아가신 적이 있어요.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너무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느껴졌던 거죠.

그분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다가 어느 정도 극복한 사람들이지만 서로 단계가 달랐던 거예요. 실제 현장에서는 참여자마다 상태와 필요한 지원이 달라 이를 세밀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Q.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에서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A. 이 청년들도 상태만 지금 그럴 뿐이지 사실 다 똑같거든요. 저는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일단 관심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은둔이나 고립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문제 자체에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저희도 더 지원하고 싶어도 어려운 점이 있어요. 인식 개선만큼이나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Q. 청년 고독사 문제와 관련해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A. 저도 청년 고독사를 할 정도의 고위험군을 직접 만나 뵌 적은 없어서 전조 증상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가능하다면 동장님이나 통장님들과 연계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지역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분들과 연결된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직접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사무소나 통 단위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워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느꼈나요?

A. 은둔을 하게 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회사나 직장 때문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 때문일 수도 있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요즘에는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내가 너무 못나 보이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마음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김왕규라는 청년활동가가 대전에서 만들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가요?

A. 돕고 싶은 마음은 많은데 지금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민간단체의 성격을 띠다 보니 책임의 범위가 불분명한 부분도 있고요. 앞으로 법인으로서 기반을 갖추고 책임을 질 수 있는 활동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은둔이나 고립이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누구나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을 때가 있고 지금 건강한 사람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다시 일상을 찾아갈 수 있고요.

적어도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시내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체가 그런 곳이 되는 게 제 바람입니다.

※ 인터뷰 답변은 원문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축약·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