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뉴스 정혜현 기자] 동물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와 학대, 불법 번식 등 다양한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지만 연구시설에서 살아가는 실험동물과 실험 종료 이후의 삶은 상대적으로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본지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실험동물의 현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절차와 책임에 대해 비글구조네트워크 김세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단체와 대표님을 소개해 주세요.
A. 안녕하세요. 2024년부터 해당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세현입니다. 이 단체는 약 10년 전 실험실에서 생활한 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했던 시기에 시작됐습니다. 창립자는 시설을 나온 아이들 네 마리를 만나게 됐는데, 이들은 연구시설에서 4년을 보낸 뒤 다시 사설 보호소에서 약 10년을 지내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위해 희생한 동물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 뒤에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2015년 11월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Q. 구조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2016년 우연히 전 대표님이 연재한 실험비글 관련 스토리펀딩을 읽으며 연구에 이용된 동물의 현실을 처음 알게 됐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곳을 통해 한 마리를 입양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습니다.
Q. 활동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사례가 있다면요?
A. 약 4년 전 정읍에서 발생한 '복순이 사건'입니다. 주인을 살리고도 크게 다친 개가 보신탕집으로 넘겨진 사건이었습니다. 현장에 출동했지만 행방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결국 아이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가장 안타깝게 기억에 남아 있는 사례입니다.
Q. 연구시설을 나온 동물들의 현실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십니까?
A. 많은 시민께서 유기동물 문제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만 연구시설을 나온 동물이 이후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험실에서 생활한 비글은 일반 시민이 직접 만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평생 실험실에서 있었던 아이들은 켄넬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 자체가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모습을 본 시민들은 예상과 달리 사람의 손길을 반기고 작은 장난감에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놀랍니다. 따뜻한 가정에서 평범한 반려견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감동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Q. 단체를 운영하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 생명을 살리는 일은 마음만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을 현장에서 절실히 느낍니다. 구조를 시작하면 머물 공간과 의료비, 재활을 위한 인력과 시간이 꾸준히 필요합니다. 입소 후에는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중성화수술, 심장사상충 검사·치료 등 기본적인 의료 처치가 이어지고,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들어오면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가장 큰 고민은 병원비입니다. 재정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비용 때문에 아이들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Q. 시민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저희에게는 하루에도 많은 제보가 들어옵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신고하면 곧바로 동물을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법적 절차와 소유권 문제, 지자체와 경찰의 협조 등으로 즉시 데려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현장에서는 경찰 신고와 고발, 치료와 입양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많은 분이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활동은 시민들의 후원과 자원봉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데려오는 순간보다 그 이후의 치료와 돌봄, 새로운 가정을 찾는 여정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Q. 새로운 가정을 만나기까지 어떤 절차를 거치며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많은 분이 보호만 되면 곧바로 새로운 가정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먼저 건강 상태와 성향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회복이 필요한 경우 충분한 돌봄과 재활을 진행합니다. 학대나 방치를 겪은 개체는 심리적 안정과 건강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연구시설에서 생활한 비글은 잔디를 밟거나 장난감을 갖고 놀아본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사회화 과정을 충분히 거칩니다.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얼마나 좋아하느냐'보다 '평생 책임질 준비가 돼 있느냐'입니다. 가족 모두가 입양에 동의하는지, 생활환경과 돌봄 여건은 적절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가장 잘 맞는 가정을 연결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동물실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비동물실험 제품을 선정하고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동물실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과 캠페인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라는 믿음으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사진설명=비글들이 함께 뛰어놀며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ㅣ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나무위키 캡처.
이번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일은 치료와 회복을 거쳐 새 보금자리를 찾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시설을 나온 동물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돌봄이 필요하며, 관련 단체 역시 쉼터 공간과 의료비,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안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생명존중은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존재를 외면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앞으로도 말하지 못하는 동물의 목소리가 돼 더 이상 이용 당하거나 버려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