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달 말 대전시민뉴스에는 충남 서산에서 개 한 마리가 운송 도중 숨졌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제보와 함께 전달된 사진과 동물구조단체가 제공한 현장 영상을 확인한 기자는 관련 당사자와 서산시를 차례로 취재하며 사건의 경위를 확인했다. 취재가 이어질수록 이번 사건은 단순한 폐사 사고를 넘어 농촌의 오래된 개 사육 방식과 달라진 동물복지 인식이 충돌하는 현실을 드러냈다.
[대전시민뉴스 정혜현 기자] "빨리 풀어주세요. 이러다 죽어요."
충남 서산의 한 도로. 차량을 몰던 60대 여성 A씨는 앞서 달리던 1톤 트럭 적재함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적재함에는 개 4마리가 실려 있었고 그중 한 마리는 피가 묻은 앞발로 적재함 앞부분을 계속 긁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목에는 밧줄이 깊게 조여져 있었고 목 주변에는 붉은 흔적도 보였다는 것이 제보자의 설명이다.
A씨는 차량을 뒤따라가 운전자에게 개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운전자는 자신의 개에 관여하지 말라는 취지로 반응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현장에 도착했을 때도 개는 목에 감긴 밧줄을 풀려고 발버둥 치며 숨을 쉬고 있었다"며 "가위를 가져와 끈을 잘랐으면 살릴 수도 있었는데 바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제보자는 직접 적재함에 올라가 밧줄을 풀었지만 개는 끝내 숨졌다. 이후 112에 신고한 뒤 동물구조단체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 영상 주의 : 아래 영상에는 동물 운송 당시 현장 모습과 일부 시청에 불편을 줄 수 있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상=제보자가 당시 현장에서 촬영한 모습.ㅣ자료=제보자 제공
같은 현장, 다른 시선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제보자와 동물구조단체, 서산시의 시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구조단체는 운송 과정에서 개가 폐사한 경위뿐 아니라 기존 사육 실태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여러 개의 뜬장과 동물 뼈, 폐사한 닭 등이 있었다며 개의 사육·거래 여부와 먹이 공급 방식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구조단체 관계자는 "개들을 인계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같은 방식의 사육이 반복되지 않는지 행정기관이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홍보보다 현장 점검과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개 거래와 도축 의혹은 현재까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주변에서 발견됐다는 뼈의 종류와 폐사한 닭이 실제 개들의 먹이였는지 여부 역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반면 서산시는 전문적인 개 거래나 식용 목적의 사육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확인한 개들의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했고 고령 주민이 과거 방식으로 개를 키우다 발생한 사고로 판단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향후 사육 여부도 지속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에 설치된 뜬장 역시 존재 자체만으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법정 사육 기준 위반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하고 사유재산인 시설을 행정기관이 임의로 철거할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 마리의 죽음이 남긴 질문
운송 과정에서 숨진 개를 제외한 7마리는 현재 서산시 동물보호시설로 옮겨졌다. 그러나 그 이후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두고는 입장이 엇갈렸다.
제보자에게 트럭 위의 개는 당장 구조해야 할 생명이었다. 동물구조단체는 이번 일을 농촌에 남아 있는 오래된 사육 관행의 한 사례로 바라봤고 서산시는 전문적인 거래나 도축 정황보다는 고령 주민의 사육 방식에서 발생한 사고에 무게를 뒀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시대, 농촌의 개들은 지금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기자가 직접 시골 마을을 찾아 농촌의 개 사육 현실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