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불법 중계기 운영조직 17명 검거·7명 구속…통신장비 3,500여 점 압수
[대구=대전시민뉴스 편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계좌를 추적하고 인출책을 검거하는 것만으로 범죄를 막을 수 있을까. 해외에 거점을 둔 범죄조직이 국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경찰의 수사망 역시 범죄수익과 조직원에서 통신장비와 명의, 범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기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낯선 해외번호를 경계했다면, 이제는 익숙한 국내 ‘010’ 번호조차 발신자의 신원을 보장하지 못하는 시대다.
대구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지난 14일 해외 발신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해 보이스피싱에 악용한 불법 중계기 운영조직 1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구 지역 빌라와 숙박업소 등 13곳을 단속해 라우터·휴대전화·유심·노트북 등 약 3,500점의 장비를 압수했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액은 약 3억4,000만원에 달한다. 특히 과거 심박스(SIM Box)가 주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일반적인 아이폰 단말기까지 불법 중계기로 사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범죄수법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설명=압수수색된 아이폰 및 중계기. /사진=대구경찰청 제공.
이번 검거는 단순히 조직원들을 붙잡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범죄조직과 국내 피해자를 연결하는 통신 경로 자체를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포통장과 인출책을 통해 범죄수익의 이동경로를 밝혀내는 수사가 이미 발생한 피해를 추적하는 과정이라면, 불법 중계기 단속은 범죄가 시작되는 접촉 경로를 차단하는 예방적 성격까지 갖는다. 대구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가 범죄의 결과뿐 아니라 범행을 가능하게 하는 통신 기반으로 수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시민들이 경계해야 할 대상은 특수한 범죄장비만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유심, 태블릿PC, 은행·증권계좌, 가상자산 지갑과 인증정보까지 타인에게 통제권이 넘어가면 범죄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 물론 이들 모두가 법률상 동일한 의미의 ‘접근매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명의자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에 대한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명의와 기기가 누구의 지시 아래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특히 범죄조직은 높은 수당을 내세운 통신장비 관리 아르바이트나 단순 송금·정산 업무처럼 정상적인 고용관계의 외관을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조직이 사용하는 숙소에서 식사와 청소, 세탁 등 생활지원 업무만 수행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수사대상이 되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다만 같은 공간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니며, 범죄에 대한 인식과 실제 담당업무, 범행에 기여한 정도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영상=김범식 대표변호사 법률 해설. /영상출처=법무법인 대련 공식 유튜브 채널.
법무법인 대련 김범식 대표변호사는 “범죄조직의 수법이 정교해질수록 범행을 알고 가담한 사람과 정상적인 업무로 오인해 관여한 사람의 경계도 복잡해집니다. 통장이나 유심이 범죄 통로를 만드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만약 연루되었다면 자신이 실제로 한 행위는 명확히 인정하되 하지 않은 일이나 알지 못했던 사실까지 막연하게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라며 "반대로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는 사실을 무조건 부인하는 대응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라고 전하였다.
이어 대련 김 대표 변호사는 “자신의 휴대전화나 유심,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알게 됐다면 당황해 통신기록을 삭제하거나 돈을 옮기기보다 관련 자료를 보존하고 경찰에 사실관계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동시에 피해자·참고인·피의자 중 자신의 법적 지위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전문가와 상담해 진술과 증거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범죄조직은 검거돼도 범죄의 수법은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압수된 중계기를 대신할 새로운 장비를 찾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가 어디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조차 모른 채 일상을 보내고 있을 수 있다. 경찰이 범죄의 통신 길목을 추적하는 지금, 시민 역시 자신이 소유한 기기와 명의의 사용처를 점검해야 할 때다.
우리가 매일 손에 쥐는 휴대전화와 PC는 누군가를 연결하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범죄의 통로이자 그 범죄를 밝히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다음 범죄조직의 시나리오가 기획되고 있을 지금, 내 이름으로 연결된 기기와 계좌는 과연 누구의 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오피니언 | 법률·사회]
본 기사는 대구경찰청의 수사 발표와 법률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의 변화와 법적 쟁점을 분석한 글입니다.
법률자문 | 법무법인 대련 김범식 대표변호사
매주 금,토 18시~22시 중앙시장 화월동(제3주차장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