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뉴스 김혁수 기자] 아이의 연구는 반드시 교과서나 거창한 주제에서 출발해야 할까. 평소 좋아했던 대상이나 일상에서 품었던 작은 궁금증도 관찰과 기록, 반복적인 시도가 더해지면 하나의 탐구로 발전할 수 있다.

2026 Kangaroo STEAM Conference에서 Grand Prize를 받은 지유정 학생의 사례가 그렇다.

출발점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추리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새를 좋아했던 지유정 학생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살아 있는 새를 선물로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부모는 생명을 단순한 선물처럼 건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마트에서 메추리알을 본 아이가 직접 부화시켜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보였다. 부모는 새를 직접 사주는 대신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작은 부화기를 마련해 줬다.

여기서부터 단순한 관심은 실제 경험으로 이어졌다.

실패를 버리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다

메추리알을 부화시키는 과정은 예상처럼 순조롭지 않았다. 온도와 습도 같은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고 여러 차례 실패도 경험했다.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였다.

학생은 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날짜별로 살펴보고 사진과 함께 기록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는 원인을 생각해 보고 조건을 달리해 다시 시도했다.

처음에는 새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반복된 관찰과 기록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탐구 자료가 만들어졌다. 실패했던 경험 역시 버려지는 과정이 아니라 다음 시도의 조건을 설정하는 자료가 됐다.

필자가 학생과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처음부터 대회에 맞는 연구 주제를 정해 주기보다는 학생이 평소 무엇에 관심을 가졌는지 직접 해본 경험은 무엇인지부터 살펴봤다.

새를 좋아했던 기억과 메추리알 부화 과정 그동안 남겨둔 사진과 관찰 내용에는 이미 한 학생만이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아이의 경험에서 연구 주제를 찾다

교육자가 학생의 프로젝트를 대신 만들어 주는 것과 학생이 가진 경험을 탐구로 발전시키도록 돕는 것은 다르다.

아무리 화려하고 전문적으로 보이는 주제라도 어른이 대부분의 과정을 설계하고 학생이 이를 외워 발표한다면 온전히 자신의 연구라고 말하기 어렵다.

반대로 일상적인 궁금증이라도 학생이 직접 시도하고 실패한 이유를 고민하며 변화를 기록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진설명=지유정 학생의 메추리 부화 기록에서 국제무대 연구 발표까지 이어진 탐구 과정. /파이낸스투데이 수원지국 본문캡처.


지유정 학생의 과정은 발견(Discover), 기록(Record), 재구성(Reconstruct), 표현(Communicate)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평소 경험에서 탐구할 대상을 찾아내고 변화와 결과를 남긴 뒤 축적된 내용을 비교했다. 이후 흩어진 자료를 하나의 연구 형태로 구성하고 자신이 겪은 과정을 직접 설명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이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과 탐구 기반 학습,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연결된다.

자신의 경험이기에 스스로 설명할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요했던 부분 가운데 하나는 학생이 연구 과정을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떤 조건에서 실패했는지 이후 무엇을 바꿨는지 결과에 어떤 차이가 나타났는지를 실제 경험을 토대로 설명할 수 있었다.

기록해 둔 사진과 관찰 결과를 다시 살펴보며 성공과 실패 조건을 비교했고 이를 하나의 탐구 과정으로 정리해 국제무대에서 직접 발표했다. 그 결과 2026 Kangaroo STEAM Conference Grand Prize 수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교육적인 관점에서 수상 결과만큼 살펴볼 부분은 그 이전의 과정이다.

OECD Learning Compass 2030은 미래교육에서 학생이 자신의 학습과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행동하는 주도성을 중요하게 다룬다. IB 교육 역시 학생의 목소리와 선택, 학습에 대한 주인의식을 강조한다.

스스로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라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배움의 주인은 결국 학생이어야 한다

교육 방법을 설명하는 명칭은 계속 달라질 수 있다. PBL, Inquiry-Based Learning, Student Agency 등 다양한 개념과 교육과정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학생이 자신의 배움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학생의 사례 역시 처음부터 국제대회 수상을 목표로 설계된 것은 아니었다.

새를 좋아했던 한 아이가 메추리알을 발견했고 부모는 그 관심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환경으로 연결했다. 학생은 부화 과정에서 실패를 겪었지만 이를 기록으로 남겼고 교육자는 축적된 경험이 하나의 탐구로 발전하도록 방향을 함께 정리했다.

마트에서 발견한 작은 메추리알이 국제무대에서 발표하는 연구 주제가 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좋은 연구 주제는 의외로 아이가 살아온 일상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교육자의 역할은 완성된 답을 대신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경험에서 질문을 발견하고 이를 더 깊은 배움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데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파이낸스투데이 수원지국에 게재된 「[글로벌 교육가 아만다 문 칼럼]⑨ 아이의 삶 속 경험이 하나의 연구가 되기까지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부화기를 받은 아이」(장예진 수원특례시 지국장, 2026년 8월 12일)를 바탕으로 대전시민뉴스가 재각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