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뉴스 정영인 기자]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다수백 세대가 하나의 예산을 공유하고 하나의 관리사무소가 이를 집행하며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공동의 재산을 관리하는 작은 사회다매달 걷히는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각종 공사비와 용역계약시설 유지비까지 모두 합치면 웬만한 중소기업의 운영예산을 훌쩍 넘는 단지도 적지 않다돈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권한이 생기고 권한이 생기는 곳에는 이해관계가 뒤따른다최근 공동주택뿐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조합지역주택조합협동조합사회적기업각종 협회와 비영리단체에서도 회계 투명성과 운영비 집행을 둘러싼 분쟁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진=AI 생성형 이미지


내 구역에서 내 것 건드리는 놈들은 다 죽여버려요.”

가짜 가족으로 들어간 남자박강(배우 지성)의 진짜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었다넷플릭스 드라마 <아파트역시 이러한 현실을 흥미롭게 비튼다극 초반 주인공 해강은 장충금의 존재를 확인한 뒤 자신의 도박장과 아버지처럼 모시던 형님을 지키기 위해 가짜 가족 프로젝트를 만드렴 설정으로 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간다그리고 서충원(배우 박병은)은 200억이 넘는 장충금의 금고지기였으며 그와 대립하고 처절하게 싸운다처음에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선거 과정에서 과거가 폭로되며 위기를 맞고 개발 호재와 주민 여론이 뒤섞인 상황 속에서 단지 내 관리비와 난방비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파헤치기 시작한다겉으로는 사람들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든 갈등은 장충금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건데 왜 없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돈을 따라가면 사람이 보이고 사람을 따라가면 권한이 보이며 권한을 따라가면 결국 책임이 드러난다드라마 <아파트>는 악을 이용해 더 큰 악을 드러내고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구조를 보여준다현실의 공동주택 분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법무법인 대련 김연수 변호사는 실제 경찰 수사에서도 관리비 횡령 사건은 단순한 회계 오류에서 시작되는 경우보다 특정 업체와의 계약허위 세금계산서공사비 부풀리기용역대금 지급장기수선충당금 사용 등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라고 전하면서 횡령과 배임의 차이점을 설명하였다.

▲사진=AI 생성형 이미지


[횡령과 배임잠깐 사용하고 바로 돌려놨는데?]

드라마 <아파트>로 보자면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등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형법은 횡령과 배임을 서로 다른 범죄로 규정한다횡령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산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거나 처분하는 행위가 중심이다반면 배임은 재산을 직접 가져가지 않더라도 맡은 업무상 의무를 저버려 본인에게 손해를 끼치고 제3자에게 이익을 주는 경우를 말한다예를 들어관리비 통장에서 개인 생활비를 인출했다면 횡령이 문제 될 수 있다반대로 실제 필요하지 않은 공사를 특정 업체에 몰아주거나시가보다 현저히 높은 금액으로 계약하여 공동체에 손해를 발생시켰다면 업무상배임이 쟁점이 될 수 있다같은 관리비라도 법률은 전혀 다른 구성요건으로 접근한다.

대법원 역시 공동주택 관리주체나 조합 임원이 공동의 재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켰다면 업무상횡령 또는 업무상배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김연수 변호사(법무법인 대련)는 특히 형사재판에서는 실제로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가 만큼이나 그 돈을 사용할 권한이 있었는가에 대한 부분을 중요하게 살펴봅니다.”라고 하면서 회계장부전자결재계좌내역공사계약서세금계산서회의록입주민 의결자료메시지 등이 모두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강조하였다

[횡령배임으로 경찰 조사 받게 되었다면?]

◎ 해당 자금을 집행할 권한이 있었는지

◎ 실제 지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 계약 상대방은 누구인지

◎ 동일 업체와 반복 거래가 있었는지

◎ 경쟁입찰이 가능했는지

◎ 입주민에게 충분히 공개되었는지

◎ 회계처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는지

◎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었는지

관리비장충금 등 공동체를 위한 금액은 엄연히 공금이다합리적인 판단이었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 자료가 함께 제출되어야 한다반대로 고소인 역시 감정만으로 횡령을 주장해서는 안 되며 회계상 적자가 발생했다거나 관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모두 배임도 아니다형사재판은 의혹이 아니라 구성요건을 판단하는 절차다아파트의 경우 수백 명 입주민이 조금씩 모아 만든 공동재산이기에 법원은 공동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에게 일반적인 계약보다 더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요구한다공동체가 맡긴 신뢰가 크기 때문이다관리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며 누군가에게는 평생 모은 재산이고 누군가에게는 매달 어렵게 납부하는 생활비다그 신뢰를 훼손하는 순간문제는 회계가 아니라 형사사건으로 바뀔 수 있다.

끝으로 법무법인 대련 대표 김범식 변호사는 공동주택이나 조합 운영 과정에서 횡령과 배임은 단순히 돈의 이동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자금 집행의 권한과 절차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이었는지개인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반대로 수사기관 역시 회계상 문제나 운영상 갈등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형사책임을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관리비는 공동체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투명한 회계와 객관적인 증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횡령이나 배임으로 고소되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계약서회계자료의결서류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라고 전하며 공동주택 분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사람의 평판이 아니라 돈의 흐름이다드라마 <아파트>는 결국 과 아파트로 친밀하게 접근하여 사람들의 욕망을 이야기하지만 욕망을 통해 선도 만들고 악을 무너뜨리는 한여름밤의 통쾌한 해결을 보여준다


※ 본 사례는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의 권리 보장과 절차적 공정성 확보를 위한 변호인의 직무 수행으로 법무법인 대련은 사건의 본질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 칼럼 자문김연수 변호사(법무법인 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