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전 청년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본지는 지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삶과 이야기를 기록하는 ‘청년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취재하고 있다.
[대전시민뉴스 정혜현 기자]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은 서구 갈마동에서 카페 ‘눕시’를 운영하는 정호석 대표다. 이곳에서 만난 정 대표는 독서모임과 러닝크루, 소셜파티, 소개팅, 플리마켓, 공연 등 다양한 오프라인 프로그램과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2015년 장교로 임관한 그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7년간 군에서 복무한 뒤 연고가 없던 지역에 정착해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4,000명이 넘는 이들을 만난 정 대표는 군 전역 이후 정착 과정과 다양한 모임을 시작한 계기, 청년들에게서 접한 취업·주거·연애·결혼에 대한 고민을 들려줬다.
다음은 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Q. 사람들을 연결하는 모임과 행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며 직접 만나는 자리를 계속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이들과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작은 카페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프로그램과 행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에게 이런 자리는 결국 ‘혼자였다면 접하지 못했을 인연과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직장과 학교, 가족처럼 정해진 관계 안에서 살아갑니다. 이곳에 나오면 평소에는 접점이 없던 이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혼자였다면 하지 않았을 일을 해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대전사회혁신센터와 함께 ‘리딩파티 in 대전’을 기획하고 있고 도시 곳곳에서 활동하는 모임과 단체를 소개하고 연결하는 ‘대커소’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관계와 경험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제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된 것 같습니다.
Q. 7년간 군 장교로 복무한 뒤 전역을 선택하고 연고가 없던 지역에서 카페를 열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A. ROTC 제도를 통해 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 장교로 임관했습니다. 2022년 12월 31일까지 복무했으니 7년 정도 군 생활을 했습니다.
군 생활은 제게 굉장히 큰 자산입니다. 장교로 근무하면서 조직을 운영하고 다양한 구성원과 관계를 맺는 법도 배웠고 좋은 기회도 많이 얻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이었고 계속 군 생활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전역을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 제 역할과 영향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지금이 아니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평생 못 해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밖으로 나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더 좋은 선한 영향력을 만들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전역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지인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생기면서 대전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아는 이도 거의 없었고 카페를 운영해 본 경험도 없었습니다. 카페는 누구나 들어오기 쉬운, 문턱이 낮은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인간관계나 익숙한 환경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인연을 만들려면 제가 먼저 움직여야 했고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도전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고 모두 나오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일을 하고 누군가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청년들을 만나면서 주로 어떤 고민을 접했나요?
A. 지금까지 4,000명이 넘는 이들과 교류하며 활동해 보니 청년들의 고민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업과 생활 인프라, 주거, 연애와 결혼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고민을 조금 더 편하게 풀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독서모임이나 소개팅, 이벤트 행사처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Q. 본인이 만든 커뮤니티를 계기로 관계나 삶이 달라진 사례도 있었나요?
A. 처음에는 참여자들이 재미있게 놀다 가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만든 작은 계기가 누군가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모습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 알게 된 이들이 친구가 되거나 함께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고 사업 파트너로 이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소개팅이나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이어진 분들도 있습니다. 내년에 결혼을 앞둔 커플까지 포함하면 현재 7쌍 정도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어느 날 열린 몇 시간짜리 자리였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날이 앞으로의 인생을 바꾼 하루가 된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관계를 연결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진설명=정호석 대표. <사진=눕시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Q. 여러 사람을 모으고 행사를 이어가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 많은 분이 모임을 한번 운영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시작하는 것보다 계속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고 말합니다.
참여자를 모으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서로 어색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계속 신경 써야 합니다. 사람이 중심이기 때문에 정답도 없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누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유행하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오래가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나는 왜 이 사람들을 모으고 싶은가’ ,‘이 사람들이 여기에서 무엇을 경험했으면 좋겠는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처음 몇 번의 반응이 좋지 않더라도 계속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 대표님에게 이곳은 어떤 의미를 가진 도시인가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요?
A. 처음에는 카페를 창업한 도시였다면 지금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게 해준 곳이 된 것 같습니다.
이곳에도 재미있는 사람과 공간, 모임이 정말 많습니다. 다만 서로의 존재를 모르거나 연결될 기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직접 행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 활동하는 이들과 공간, 모임과 단체가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저를 카페 사장이라고 소개했지만 지금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새로운 일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카페 운영과 모임·행사 기획을 조금 더 분리해 관계를 연결하는 기획자로서 영역을 넓혀가려고 합니다.
서울에서 유행한 문화를 대전에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이런 게 대전에서도 가능하네”가 아니라 “이건 대전이라서 가능했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문화와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커뮤니티는 결국 기세’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누군가 먼저 시작하고 사람을 모으면 또 다른 이의 참여와 도전으로 이어집니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일단 한번 해보는 사람 그 과정에 다른 이들도 함께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 인터뷰 답변은 원문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축약·정리했습니다.